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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발명진흥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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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연금술의 진화

새로운 시선

3D 프린팅 기술의 현재와 미래

정밀도가 높아지고 소재도 다양해지면서 의료, 패션 등 다양한 분야와 융합하고 있는 3D 프린팅 기술.
그 가능성은 어디까지일까?

DIFFERENT

똑같은 것에서 남다른 것으로

인공지능을 비롯한 데이터 기반 기술들이 등장하자 산업 구조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일자리 문제 등 사회적 고민이 더 앞서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지만 산업계의 변화는 활발하다. 이를 대표하는 주요 키워드가 바로 ‘맞춤 기반 소량 생산’이다.
그동안 우리는 획일화된 제품을 쓰는 데 익숙했다. 똑같은 것을 한 번에 많이 만드는 것은 ‘생산 속도는 빠르게, 가격은 더 낮게’ 할 수 있는 핵심 요인이다. 유행에 예민한 사회적 분위기도 이를 부추겼다. 급격한 산업화를 겪어온 탓에 하다못해 음식점에서 밥을 먹을 때도 메뉴 통일하는 것에 익숙하다. 내 입맛에 맞는, 조금 다른 것을 요구하면 그만큼 대가가 따르는 것이다. 이렇듯 대량 생산 체제를 거부하는 일은 여러 부분에서 마찰을 빚는다. 그래서 우리는 맞지 않는 공간에 툭 튀어 나온 냉장고를 밀어 넣는 것을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하지만 산업의 다음 방향은 다르다. 4차 산업혁명은 ‘환경에, 필요에, 취향에’ 맞춰 원하는 제품을 큰 부담 없이 만들어내는 데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스마트 팩토리’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이 3D 프린팅이다.

MEDICAL

이식용 장기까지 찍어낸다?

3D 프린팅은 설계 도면만 입력하면 플라스틱으로 다양한 형태의 구조물을 만들어내는 데에서 시작했다. 초기에는 그 결과물의 질이 썩 좋지 않았다. 표면은 울퉁불퉁했고 정밀도도 떨어졌다. 찍어내는 시간도 만만치 않은 데다가, 프린터도 비쌌다. 거의 열풍처럼 불었던 3D 프린터에 대한 기대는 이제 조금 쉬어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그 기술은 뚜렷이 진화하고 있다.
3D 프린터의 정밀도는 의료 분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미 치과에서는 3D 스캐너로 구강 구조를 촬영하고, 그에 맞는 임플란트 설계 등 치아 보정에 활용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플라스틱이나 실리콘 등을 찍어내는 것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혈관이나 뼈조직 등 인체 기관을 그려내는 기술 역시 연구 및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 지난 4월 스웨덴에서는 3D 바이오 프린터로 줄기세포를 찍어 완전한 연골조직을 제작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뼈조직을 3D 프린터로 찍어낸 뒤 이를 동물에 이식해 자연스럽게 재생되는 실험이 이뤄진 바 있다. 인공관절이나 의수 등을 3D 프린팅이 대체할 수 있는 획기적인 성과 역시 그리 먼 미래의 일은 아니다. 길게는 아예 이식용 장기를 찍어내는 것까지 3D 프린팅의 영역으로 연구되는 중이다.
3D 프린터를 통해 인체와 비슷한 조직을 만들어 임상 실험을 거치거나 수술 연습에 활용하는 것 외에도 최근에는 뱃속 태아의 모습을 3D 프린터로 찍어주는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일본 마루베니정보시스템은 3D 초음파로 찍은 태아의 이미지를 조형물로 프린팅하는 상품을 만들어냈다. 이미 국내에서도 의료 목적을 위해 태아를 입체로 보는 3D 초음파 촬영이 일반화되어 있다. 선천성 기형이나 질병을 확인하는 데 쓰지만 특별한 이상이 없다면 대부분의 산모들은 태어날 아기의 모습을 가장 정밀하게 볼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이 3D 초음파는 결국 3D 스캐너와 비슷한 원리로 입체 형상을 모델링하기 때문에 이 정보를 프린터로 찍어내는 것은 기술적으로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ADIDAS

3D 프린팅 기업과 손잡은 아디다스

3D 프린터가 그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는 정밀도 외에도 소재의 다양화가 뒤따라야 한다. 플라스틱과 실리콘은 열을 이용해 원하는 형태로 성형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용도가 제한되는 단점이 있다. 다양한 소재를 얼마나 적절히 적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3D 프린팅 시장의 과제다. 아디다스는 최근 이 문제를 풀어냈다.
실리콘밸리의 3D 프린팅 기업인 카본과 아디다스가 손잡고 3D 프린터로 운동화를 찍어내기로 한 것. 올해 5000켤레를 찍어낸 뒤, 내년 10만 켤레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운동화는 ‘리퀴드 인터페이스’라는 기술을 이용해 성형한다. 고분자 액제를 추출하고 자외선을 쏴 모양을 성형하는 방식인데, 복잡한 모양을 높은 정밀도로 찍어내기 쉬우면서 그 속도도 빠르다.
아디다스의 사례는 소재와 성형이 다양해진 데에 의미가 있지만 맞춤형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에 있어서도 주목해야 한다. 그동안 이용자가 원하는 요소를 제품마다 적용하는 것은 곧 공장 라인의 재설계 등 상당한 비용이 뒤따라야 했다. 하지만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면 개개인의 발 모양에 정확히 맞춘 신발을 제작할 수 있으며 오히려 이전의 직조 방식보다 생산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공존하기 어려울 것 같던 맞춤 생산과 대량 생산의 딜레마를 풀어내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사진 | 아디다스 공식 홈페이지

3D PRINTING

3D 프린팅의 미래, 접근성에 달렸다

이스라엘의 패션 디자이너 대니트 펠레그(Danit Peleg)의 사례 역시 흥미롭다. 3D 프린팅으로 만든 재킷을 온라인 웹사이트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사이즈와 색상 등 100개 항목을 선택해 맞춤 제작할 수 있다. 가격은 1,500달러 전후로 책정됐다. 대니트 펠레그는 2015년 3D 프린팅으로 자신의 콜렉션을 완성한 바 있으며 이번 온라인 판매를 통해 ‘집에서 혹은 지정된 매장에서 누구나 파일과 프린트 옷을 살 수 있는 세상’에 대한 비전을 밝히기도 했다.
결국 3D 프린터에 대한 시장의 종착점은 대중화에 있다. 산업용 3D 프린팅은 빠르게 진화해서 이제 자동차부터 음식까지 갖가지 사물들을 찍어낼 수 있다. 남은 과제는 접근성이다. 복잡한 제약 없이 누구나 가까운 곳에서 원하는 물건을 찍어낼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지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3D 프린팅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음을 관련 특허출원률을 통해 알 수 있다. 2005년까지 19건에 불과했으나 2006~2011년까지 총 59건이 출원됐으며(출처: 특허청) 2013년 한 해만 80건, 2014년 한 해 267건이 늘어나는 등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출처: KEA 특허지원센터). 특히 2000년대 초반에는 단순히 제품 모형을 제작하는 데 주로 이용되다가 다양한 원료 물질이 개발되면서 적용 분야가 확대되고 특허출원 역시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출처: 뉴아이피비즈, 「3D 프린터에 관련된 특허출원 동향」, 2012). 참고로 3D 프린팅 산업을 견인하는 국가는 미국이다. 3D 프린팅 선도기업인 미국의 스트라타시스, 3D시스템즈 등은 원천 특허를 다수 확보하는 등 양적·질적으로 특허 경쟁력이 높다. 미국 다음으로 독일, 이스라엘, 한국, 프랑스 순이다. 미국은 광경화 조형방식, 독일은 레이저 소결방식, 이스라엘은 폴리젯 방식, 한국은 응용기술, 프랑스는 레이저 소결 방식에 관한 특허 비중이 높다.
최근 세계 최대의 장난감 기업 토이저러스가 파산 신청을 하면서 충격을 줬다. 레고 역시 경영 위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CEO가 바뀌는 진통을 겪었다. 그 원인으로 스마트폰과 아마존 등을 꼽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장난감을 3D 프린터로 직접 찍어낼 수 있게 된다면? 장난감이나 액세서리 등 소형 제품의 시장 구조는 완전히 달라진다.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설계 데이터’를 팔아야 할 것이다. 3D 프린팅 기술의 진화는 개발과 생산, 그리고 유통이 분리되는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제 3D 프린팅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포인트는 ‘프린팅’이 아니라 ‘생산의 민주화’에 달려 있다.

글. 최호섭(IT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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