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한계를 무너뜨리는
새로운 IP 전략
보타리에너지㈜
13~17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끼친 메디치 가문은 문화, 예술 등 다양한 학문을 후원하며 르네상스 시대의 탄생을 열었다. 한국발명진흥회는 ‘IP메디치’라는 이름으로 이종분야 특허기술을 융합하는 전략으로 중소기업을 컨설팅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으로서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던 보타리에너지는 IP메디치 사업을 통해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새로운 기술 혁신으로 시장의 르네상스를 열어갈 채비를 단단히 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botari energy
이종분야 특허기술에서 건져낸 특별한 솔루션
보타리에너지 김홍삼 대표는 전기분야 현장에서 20년 넘는 경험을 쌓았다. 전기공사업체를 인수해 사업을 시작한 그는 수입제품에 의존하던 전기배관재 등을 직접 개발하고 생산하며 전력분야 시장에서 차별화된 기업으로 성장했다. 2002년 보타리에너지를 설립했고, 2005년 제주도에 내려와 태양광발전 시스템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2006년 에너지관리공단의 사업자로 선정돼 제주도 내 태양광 발전기 116호기를 설치했다. 약 3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였다. 출발이 좋았다. 2015년에는 태양광 발전의 이상현상을 즉시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조달청의 우수조달제품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3년에는 전기차 충전 시스템에도 손을 뻗쳤다. 현재 전국 5위권 안에 드는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관련 분야로만 작년 한 해 90억 원 규모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김홍삼 대표의 독자적인 기술력에 대한 남다른 욕심과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직원들에게 자격증 취득, 경진대회 참가, 특허 출원을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것도 기술력만이 기업을 차별화할 수 있는 힘이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여전히 존재했다. 그런 그에게 2017년 한국발명진흥회와의 인연은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40여 건이 넘는 특허를 갖고 있지만 수년간 특허 분쟁을 겪기도 했습니다. 특허 출원만 되면 온전히 ‘내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죠. 하지만 한국발명진흥회의 IP메디치 사업에 참여하면서 좀 더 밀도 있는 특허 로드맵을 그릴 수 있게 됐습니다. 그간 충분히 시도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도전정신과 자신감이 생겼고, 내부적으로도 기술 사업에 대한 가능성과 역량을 키워준 계기가 됐습니다.”
IP메디치 사업은 이종분야 특허정보를 활용해 제품 혁신을 꾀하는 전략을 중소기업에 제시한다. 등록특허와 실용신안을 보유한 중소기업 대상으로 5개월간 컨설팅을 지원한다. IP메디치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한국발명진흥회 지식재산경영지원실 조석현 전문위원은 보타리에너지의 전기차 사업에 대한 잠재력을 인상 깊게 보고, 먼저 적극적인 홍보를 펼쳤다. 이종분야 특허에서 솔루션을 찾는 새로운 접근법은 김홍삼 대표에게도 지식재산의 가치를 새삼 깨닫게 했고, 특허에 대한 개념도 재정립할 수 있었다. 그간 간지러웠던 곳을 시원하게 긁어줬던 셈이다.
위부터 FBI 증거채집용 권총, 호수가 천장에서 연결되는 셀프세차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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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증거채집용 권총에서 영감을 받다
보타리에너지는 기술적 난제를 안고 있던 전기차 충전장치에 대한 컨설팅을 받았다. IP메디치 사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보타리에너지의 사례를 통해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다. 먼저 수요자 관점에서 소비자들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도출한다. VOC(Voice of Customers)를 찾는 것이다. 컨슈머리포트부터 보타리에너지 고객의 A/S 목록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시장과 소비자의 불만을 분석한다. 탐색 결과 전기차 충전장치의 연결 상태와 충전 상태를 번갈아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 옥외에 있다 보니 쉽게 먼지가 쌓이고 더러워진다는 점, 전기차 충전시설의 주차 면에 이미 내연기관 차가 주차해 있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다음으로 VOP(Voice of Product)를 통해 공급자와 기술 관점에서 동종분야는 물론이고 이종분야의 제품 기술 진화의 흐름을 살펴본다. 이러한 VOC와 VOP를 전체적으로 살펴 소비자 구매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가치인자(MPV)를 건져내 솔루션을 제안한다.
조석현 전문위원은 보타리에너지의 경우 셀프세차장의 천장에서 연결되는 호수, 미 FBI 증거채집용 권총에 장착된 디스플레이, 자동차 스티어링 휠에 장착된 컨트롤러 등 이종분야 특허 사례를 전기차 충전 장치에 적용했다고 설명한다.
“컨설팅을 하면서 수많은 특허 정보 중 어떤 것을 융합해야 소비자의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단기간 내 제품이 퀀텀 점프 할 수 있는 방향을 찾는 것이 관건이었죠. 그렇게 나온 첫 번째 나온 솔루션은 꼭 충전장치 본체 가까이 차를 대지 않아도, 어디서든 충전이 쉽도록 셀프 세차장의 호수처럼 천장에서부터 케이블을 연결해, 충전 건(gun)을 자유롭게 이동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본체에 케이블 여러 개를 연결해 중앙집약형 시스템을 만들었고요. 세 번째는 총처럼 생긴 충전 건 자체에 디스플레이를 장착해 결제 정보나 충전 게이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고요. 네 번째는 충전 건에 바로 카드를 태그해 결제할 수 있도록 한 기술입니다. 이 4가지로 특허 출원을 했습니다.”
여기다 기존에 있던 충전 시스템은 어댑터 방식으로 케이블만 교체할 수 있어 확장성도 크다. 이 부분도 특허 출원한 상태다. 김홍삼 대표는 기존의 시스템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연계가 가능한 기술이기 때문에 더욱 고무적이라고 말한다. 시제품화가 완료되는 2019년에는 브랜드 가치가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으며, 이런 분위기가 조직에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단다.
- * VOC(Voice of Customers)
- 제품이 갖춰야 할 중요한 특성을 고객 혹은 잠재고객으로부터 파악하는 방법. 고객들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반응하는 각종 문의, 불만, 제안 등을 포함한다. 고객센터의 고객 상담 메모를 비롯해 블로그, 트위터, 커뮤니티 사이트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확보 가능하다.
- * VOP(Voice of Product)
- 고객에게 제공하는 기능과 가치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방법.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개선 대상 제품의 기술 발전 과정을 검토하는 등의 방법으로 미래 제품의 모습을 예측한다.
- *MPV(Main Parameters of Value)
- 주요가치인자라고 부르며,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구매결정에 큰 영향을 주는 포인트를 말한다. VOC와 VOP, 즉 소비자의 니즈와 제품 자체의 성능을 함께 고려해야 MPV를 찾아낼 수 있다.
first mover
지식재산을 활용하는 것, 퍼스트 무버가 되는 일
보타리에너지의 IP메디치 사업 참여 기간은 끝났지만 한국발명진흥회는 시제품이 시장에 안착하는 단계까지 보타리에너지와 계속해서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갈 예정이다. 제품 구현화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단가 상승 부분도 고려해야 하고, 전기차 충전기 규제 스펙 요건을 충족시켜야하는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아직 남아있다.
“IP메디치 사업은 이종분야 특허 기술을 융합해 이전에 없던 혁신을 만들어낸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기존처럼 동종업계 기술을 벤치마킹하거나, 기존 특허의 회피기술을 개발하는 전략만으로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종분야의 지식재산을 활용하는 것은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는 일입니다.”
조석현 전문위원은 기업들이 특허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거나 공격수단으로만 생각한다며 지식재산은 무기가 아니라 솔루션을 찾는 빅데이터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허의 본래 의미 역시 서로의 우수한 기술을 통해 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는 것. 특허의 진정한 가치에 많은 중소기업들이 눈을 떴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종분야를 벤치마킹하게 되면 특허 침해 여지가 존재하고, 경쟁사들이 개발해놓은 특허 장벽을 극복하는 과정도 힘듭니다. 게다가 동종분야 특허기술이 공개된 시점은 이미 1년 6개월이 지난 후이니까요. 이종분야 기술을 접목하면 소비자들도 이것을 낯설게 여기지 않으면서도 ‘혁신적이다’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종분야에서 혁신의 해답을 찾는 이유입니다.”
접지 및 태양광 모듈 등의 특허화를 비롯해 태양광 저장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보타리에너지는 이번 한국발명진흥회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전기차 충전 시스템 시장에도 새로운 획을 긋기 시작했다.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으로서 새로운 도약기가 시작된 것이다. IP메디치를 통해 안과 밖을 함께 볼 수 있는 시각을 갖게 됐다는 김홍삼 대표의 말을 통해 혁신의 진짜 의미를 되새겨 본다.
- *IP메디치는 2018년부터 ‘IP융합제품기획’으로 사업명이 바뀌어 추진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술
제주대 스마트그리드와 청정에너지 융복합산업
인력양성 사업단장 이개명 교수
보타리에너지는 ‘카본 프리 아일랜드(Caborn Free Island)’를 지향하는 제주도를 무대로 활약하는 기업이다. 세계 최고의 전기차 도시를 만든다는 로드맵을 갖고 있는 제주도는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활용을 위한 기술적, 산업적 인프라를 갖춘 곳이기도 하다. 전기 및 에너지 분야에 ICT를 도입하는 스마트그리드를 연구하는 제주대 이개명 교수에게서 전기자동차 산업의 동향과 전망에 관한 이야기를 청했다.
- Q 세계 전기차 시장의 흐름은 어떤가요?
- 주요 선진 국가들이 친환경차 의무 보급비율을 지정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들은 2025년부터 친환경차만 판매키로 결정한 바 있듯이, 많은 나라에서 관련 제도를 개정·확대하고 있습니다. 친환경차량 중 전기차는 가장 많이 상용화가 되고 있으며, 기술 발전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대표적인 친환경차입니다. 전기차 배터리의 경량화·소형화는 물론이고, 1회 전기 충전 시 주행 가능한 거리가 비약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 Q 전기차가 그려나갈 미래 모습은 어떤가요?
- 앞으로 전기가 남는 시간대의 유휴 전기에너지를 전기차 에너지로 활용하거나, 거꾸로 전기차에 충전된 전기를 가정용 전기에너지로 바꿔 사용할 수 있는 V2G(Vehicle to Grid) 기술이 가까운 미래에 구현될 것입니다. 이는 스마트시티와 스마트그리드(기존의 전력망에 ICT를 접목해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 설계와 운영에도 영향을 미치는 기술입니다. 또 전기차는 전기충전 인프라, 자율주행 등 새로운 기술이 다양하게 접목되어야 하는데, ICT를 융합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분야이기도 합니다. 국내 전기차 관련 기업이 시장과 기술에 대해 보다 통합적인 안목으로 바라보길 바라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Q 제주도는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 제주도는 세계 최고의 전기차 도시를 만든다는 로드맵을 갖고 관련 정책과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보타리에너지 같은 관련 기업의 성장을 돕는 일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요. 실제로 제주도는 현재 순수전기차(하이브리드 전기차 제외) 보급률이 2% 이상인데, 이는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사례입니다. 제주도는 전기자동차의 새로운 산업적, 기술적 인프라를 갖춰가고 있으며 전기자동차의 운행 기반과 운행을 테스트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도시입니다.
또한 제주도를 ‘Caborn Free Island'로 지정해 전기차에 관한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도의 경우 내연기관차는 운행할 수 없는 전기자동차 전용지구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 최초 전기차 분야 국제박람회인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가 개최되고 있습니다. 올해는 5월 열릴 예정으로, 이번에 5회를 맞이합니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새로운 전기차 기술을 논의할 수 있는 국제적인 행사입니다.
제주대는 ‘스마트그리드와 청정에너지 융복합산업 인력양성 사업단’을 중심으로 전기자동차, 스마트그리드와 신재생에너지 관련 인력 양성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국내 최초 전기자동차, 스마트그리드, 신재생에너지 3개 분야의 학사학위 취득 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외부기관에 기술 지원도 하고요. 연간 20억 규모의 교육투자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전기자동차를 연구하는 실습실과 배터리 실험실도 국내 최초로 도입했습니다. - Q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 지구 인류의 역사가 50만 년이 넘었는데 이산화탄소 농도가 현재 가장 높습니다. 인류 출현 이후 이산화탄소 농도는 아무리 높아도 300ppm을 넘지 않았는데 현재 400ppm를 넘어섰어요. 증가 속도도 단시간 내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는 엄청난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문제입니다. 유럽 등 주요 선진국가 역시 이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이지요. 국내에서는 이러한 인식이 아직 부족한 실정입니다. 기존의 에너지 분야에 ICT를 도입해 에너지 효율 향상과 신재생에너지 활용 증대에 기반이 되는 스마트그리드는 인류의 피할 수 없는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자 학문입니다. 앞으로 관련 산업의 국내 기업과 기관들이 보다 통합적이 안목으로 역할을 해주길 바라며, 저희도 지식과 기술의 체계화와 인력양성, 산학교류에 더욱 힘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