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복합 기술과 특허로
무장한 작지만 강한 기업
종로의료기
2017 대한민국 발명특허대전에서 특허청장상을 수상한 ‘오뷰(O’view)’는 여성의 타액을 통해 배란을 예상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스마트배란테스트기다. 유통업을 하던 종로의료기가 R&D 기업으로 변신해 내놓은 첫 제품이기도 하다. 뼈를 깎는 혁신으로 3년 만에 글로벌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 종로의료기의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김지훈 대표는 종로의료기의 강력한 성장의 열쇠로 ‘IP 포트폴리오’를 강조했다.
smart
오뷰, 스마트홈헬스케어 시장을 돌파하다
2009년 설립된 종로의료기는 원래 의료기기를 유통하던 회사였다. R&D에 뛰어든 것이 2014년. 유통업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낀 후 감행한 도전이었다. 회사를 키우려면 내수가 작은 국내를 넘어 해외로의 수출이 필수였고, 이를 위해선 종로의료기만의 제품이 절실했다. 임신테스트기, 혈당체크기 등 자가체외진단기를 취급하면서 관련 시장을 눈여겨봤던 김지훈 대표는 새로운 배란테스트기에 대한 아이디어를 갖고 개발에 돌입했다.
“자료 조사 도중 여러 건의 논문을 찾게 됐어요. 여기에 의하면 타액검사로 배란일을 확인할 수 있고 정확도 역시 98%에 달한다고 합니다. 또한 소변검사보다 24시간 먼저 배란일을 알 수 있습니다. 이같은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 개발을 시작했고, 시행착오 끝에 디바이스로 타액을 측정하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관련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오뷰’의 양산화까지 성공하게 됐습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난임 부부의 인구는 증가하는 추세다. 난임 부부에게 배란일 체크는 필수인데 소변으로 하는 자가진단은 정확도가 떨어진다. 매번 병원을 찾는 것도 어려운 일. 반면 오뷰는 보다 간편하고 위생적이며 정확하게 배란일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종로의료기는 2015년 처음 ‘배란일 측정방법(특허 10-1533107) 및 측정장치(특허 10-1533343)’에 대한 특허를 등록했고 2017년 1월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했다.
사용법은 이렇다. 일회용 검사지에 타액을 묻혀 디바이스에 삽입한다. 이를 스마트폰에 장착한 후, 애플리케이션의 카메라 기능으로 촬영하면 즉시 가임기 여부를 비롯해 예상 배란일 등의 정보가 뜬다. 이를 부부가 공유할 수 있고, 추후 원격진료가 활성화되면 의료진에게 전송해 활용할 수 있다. 배란기에 여성의 몸에서 에스트로겐이 분비되면 타액에 소금 성분이 포함되는데, 그 결정체에서 일정한 패턴을 읽어 가임기를 판단하는 것이 작동 원리다. 오뷰의 디바이스에는 소형 현미경이 탑재되어 있어 검사지를 삽입하면 자동으로 불이 들어오고 육안으로도 이 패턴을 관찰할 수 있다.
물론 그 개발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디바이스에 삽입된 타액에 조사되는 광선에 대한 기술이나 추출된 패턴을 소프트웨어로 분석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기술 등 넘어야 할 까다로운 산들이 많았다.
“배란기의 타액에는 양치식물처럼 보이는 균일한 패턴이 보이지만 비배란기에는 특별한 패턴이 측정되지 않아요. 그런데 타액이 생체분자이다 보니 측정할 때마다 모양이 달라요. 배란기와 비배란기의 패턴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웠죠. 이를 정확히 인식하고 분석하기 위해 인공지능이 도입됐고, 이후 딥러닝을 통해 정확성을 높이는 기술이 추가됐습니다. 때문에 실제로 사용자들이 자신의 타액을 측정하고 그 데이터가 쌓일 때마다 정확도가 높아집니다. 현재 애플리케이션 1차 버전을 기준으로 종합병원 임상결과 양성 일치율이 95.1%이며 앞으로 추가적인 업데이트와 자체 딥러닝을 통해 더 높은 결과치를 얻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뷰의 세계 시장 반응은 뜨겁다. 네덜란드 필립스 본사에서 열렸던 ‘2016 필립스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챌린지’에서 세계 17개팀 사이에서 당당히 준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월에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산업 박람회 ‘2017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는 ‘Best Of MADE IN KOREA at MWC 2017 Top 5’에 선정됐다. 글로벌 미디어 <에이빙뉴스>가 유럽 시장에서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준 한국기업 중 최신 IT 트렌드와 성장률, 유망성 등을 고려해 주는 상이다. 한 손에 쏙 들어가는 작은 디바이스와 애플리케이션으로 구성되어 있어 시간과 공간의 제한을 허문 것이 큰 호평을 받았다.
insight
IP는 미래에 투자하는 통찰력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본격적으로 매출 실적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 22곳에 오뷰를 출산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공급 중이며 내년부터 전국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한국발명진흥회가 진행하는 ‘우수발명품 우수구매 추천사업’에 선정된 이력도 도움이 컸다. 우수발명품 우수구매 추천사업은 중소기업이 개발한 특허 제품을 선정해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에 우선구매를 추진하는 제도다. 한국발명진흥회가 매년 4차례 해당 사업을 진행하고 전문가 평가를 통해 까다롭게 심사한다. 오뷰는 특허등록 5건, 특허출원 6건, PCT 10건, 디자인출원 3건, 상표출원 9건을 보유하고 있다.
“오뷰에 들어간 기술이 아주 대단한 것들은 아니라고 봅니다. 타액의 결정체를 측정하기 위해 빛의 굴절을 통해 배율을 확대하는 등의 하드웨어 기술, 딥러닝이 포함된 소프트웨어 기술 등을 융·복합한 것이 결정적이죠. 저희 같은 중소기업에게는 쉽지 않은 투자였지만 촘촘하게 IP 포트폴리오를 구축해나가고 있는 것도 특정 기술이 아니라 인접 영역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지식재산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으려는 노력이기도 합니다.”
종로의료기가 R&D에 뛰어든 지 3년, 오뷰가 보유한 것을 포함해 그동안 구축해놓은 지식재산권만 60여 개다. 실제로 지난 11월 오뷰의 기술을 따라 만든 타사의 제품이 종로의료기의 특허등록증을 근거로 특허심사에서 거절되기도 했다. 종로의료기는 이 같은 탄탄한 지식재산을 기반으로 가능성을 더욱 키워내고 있다. 여성의 생리주기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호르몬 변화로 인한 피부 트러블 등을 관리해주는 뷰티나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연계사업도 준비 중이다.
종로의료기는 오뷰의 해외 진출을 위해 영어, 중국어 버전의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나서며 현재 미국 의료기기 허가(FDA) 및 중국 의료기기 허가(FDA)를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 브라질, 수단, 러시아, 일본, 에콰도르 등 10개 국가와 계약 완료를 앞두고 있다.
“초보 R&D 기업이다 보니 처음엔 특허 하나면 등록하면 다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시작일 뿐이었죠. 새롭게 특허 전략을 세우고 이를 실현하는 데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제가 선택한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에 최근 자신감을 느낍니다. 각국 기업에서 저희에게 투자하겠다는 러브콜을 받고 있고, 최근에는 10억 규모의 투자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 역시 IP가 밑바탕이 됐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현재 종로의료기는 활동량, 개수 등의 자가진단이 가능한 남성 스마트정자측정기의 개발을 완료했고 내년 상반기 양산화 계획을 갖고 있다. 이외에도 5개 이상의 개발 아이템을 갖고 있으며, 매년 2개 이상의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대구시와 투자협약을 한 종로의료기는 내년 하반기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에 입주할 예정으로, 1500평 규모의 부지에 연구와 생산을 논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는 사옥을 준공 중이다. 스마트헬스케어 전문기업으로서 거침없이 발돋움하고 있는 것.
글로벌 기업인 GE는 과거 조명기기와 가스터빈을 만드는 제조업체였으나 데이터를 생성하고 모델링하는 ICT기업으로 변신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았다. 그들의 선택은 무얼 의미할까. 안주하지 않는 힘으로 성장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종로의료기의 행보 역시 의미심장하다. 융·복합 기술과 특허로 무장한 작지만 강한 기업. 이들의 다음 발걸음은 또 어느 곳을 향해가고 있을지 주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