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의
특허 장벽을 뛰어넘은 힘
㈜메덱셀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당뇨병을 앓는 전 세계 인구는 약 4억2200만 명으로 그 수치 역시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이 체내에서 잘 분비되지 않거나 혹은 분비되더라도 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때문에 환자 스스로 인슐린을 투여해야 하는데, 자신의 몸에 직접 주사바늘을 삽입해야 하는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메덱셀은 이러한 당뇨병 환자들을 위해 보다 얇고 안전한 펜니들(pen needle)을 개발했다. 세계 최고의 펜니들 기술을 향해 달려가는 이들을 직접 만났다.
pen needle
당뇨병 환자를 위한 얇고 안전한 펜니들
의료기기 전문제조기업인 ㈜메덱셀은 주사바늘, 주사침, 일반 주사기, 인슐린 주사기 등을 만드는 곳으로 지난 2000년 설립됐다. 당뇨병 환자를 위한 인슐린 주사기를 만들며 첫 발을 내디딘 만큼 이 분야에 대해 남다른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주)메덱셀 기술연구소 박원귀 연구소장은 설립 초기부터 주사기의 재사용을 막을 수 있는 ‘안전 주사기’ 개발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왔다고 말한다.
“당시만 해도 국내 시장에 안전 주사기 보급이 활발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러한 제품을 내놓는 게 시기상조라고 판단하기도 했고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탄탄히 하는 것이 우선이라 일반 펜니들부터 만들었어요. 펜니들이란 이름 그대로 펜의 모양을 한 인슐린 투여 주사기입니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당뇨병 환자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만큼, 환자들이 보다 쉽고 안전하게 인슐린을 투여할 수 있도록 펜니들 개발에 먼저 집중한 거죠.”(박원귀 연구소장)
인슐린 투여 주사기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가 느끼는 고통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환자에게 필요한 인슐린 양이 정확하게 들어가는 것은 기본, 그것을 투여하는 과정 역시 거부감이 없도록 해야 한다.
“펜니들의 경쟁력은 ‘굵기’, ‘칼끝 연마 정도’, ‘코팅’ 기술로 갈립니다. 먼저 굵기는 게이지(Gauge)라는 단위로 측정하는데 저희가 병원에서 일반적으로 맞는 주사바늘이 27게이지 정도라고 생각하면 돼요. 수치가 높아질수록 굵기가 얇다는 것을 의미해요. 펜니들 굵기의 세계적 트렌드는 약 31게이지입니다. 저희는 여기서 나아가 세계 최초로 34게이지의 펜니들을 만들었죠. 그야말로 머리카락 굵기라고 보면 돼요. 인체에서 가장 예민한 곳이 허벅지인데, 예전에 미국의 한 거래처에서 저희를 방문해 주사바늘을 자신의 몸에 직접 찔러보더니 ‘카스테라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만큼 부드럽게 잘 들어간다는 의미였죠.”(박원귀 연구소장)
뿐만 아니라 바늘 끝도 적당히 날카로워야 한다. 바늘 끝을 어떻게 연마했느냐에 따라 피부 표면 안으로 부드럽게 들어갈 수 있으므로 이는 펜니들을 만들 때 가장 큰 기술 경쟁력으로 언급된다.
lock system
선행기술 분석으로 특허 장벽을 뛰어넘다
펜니들의 기술력을 확보한 ㈜메덱셀의 차동익 대표는 시장조사를 통해 안전 펜니들이 세계를 통틀어 총 세 개 회사밖에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 분야에 출사표를 내기로 결심했다. 안전 펜니들은 이름 그대로 환자의 안전에 더 중요한 가치를 두는 제품이다. 한 번 사용하고 나면 펜니들 자체에 탑재된 ‘락(lock) 시스템’이 작동해 재사용할 수 없다.
“일명 ‘펜니들 안전보호시스템’입니다. 그동안 많은 당뇨환자들이 인슐린을 투여하고 난 후 주사기를 이미 사용한 것을 모르고 다시 사용해 위생상 문제가 발생하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헌데 ‘안전 펜니들’은 한 번 사용하면 주사바늘 주위의 캡을 작동시켜 재사용을 방지합니다. 문제는 이 시스템을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게 할 것인가에요. 글로벌 3사의 특허 기술의 핵심 역시 바로 이 지점에 있죠.”(박원귀 연구소장)
글로벌 3사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안전보호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메덱셀에 주어진 과제는 안전장치 시스템을 기존 글로벌 기업의 특허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구현하는 일이었다. 세계시장의 약 85%를 점유해 온 글로벌 의료기기 제조회사들의 전유물로 인식되어 오던 안전 펜니들의 새로운 안전장치 시스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높은 특허 장벽을 철저한 선행기술 분석을 통해 뛰어넘었다. 세계 6번째, 국내 최초로 개발 및 상품화에 성공한 것. 게다가 기존 제품과 비교해 부품 수가 적고 구조가 간단해 제조공정 역시 간단하고 생산비용 절감 효과가 높다.
“이 같은 결실을 갖고 온 것은 우리 회사가 특허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했기 때문이에요. 2015년도부터 저희 ㈜메덱셀의 로드맵이 바뀌었다고 볼 수 있는데, 당시 제가 회사에 부임하고 바로 착수한 것이 특허전담부서 설립과 직무발명제도 도입이었거든요. 그때까지 회사가 보유한 특허는 전무한 상태였습니다. 적은 인원이지만 알찬 기술을 갖고 있으니 가능성은 있다고 봤습니다.”(차동익 대표)
invention
기업의 핵심 특허를 창출한 직무발명제도
직무발명제도는 한국발명진흥회가 중소·중견기업에 지원하는 사업 중 하나다. 직원이 직무에 관한 발명을 완성해 특허권 등을 획득했을 경우 회사가 이를 승계 취득하고, 직원에게는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는 제도다. 회사는 직원에게 제공하는 보상금에 대해 연구인력개발비의 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발명자는 보상금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또 직무발명보상 우수기업인증을 받으면 특허의 우선심사 자격을 부여하는 등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기존 글로벌 3사의 특허 장벽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구현해도 모두 특허에 저촉되다보니 그 틈새를 찾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직무발명제도를 통해 결정적인 아이디어가 창출된 거죠. 안전펜니들의 안전장치시스템에 대한 아이디어를 박원귀 연구소장이 제공했거든요. 박 연구소장은 직무발명제도 도입 후 가장 처음으로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자 첫 번째 수혜자에요.”(차동익 대표)
차동익 대표는 이번 성과를 통해 직무발명제도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물론 제도를 도입할 때 어느 정도 기대감을 갖기는 했지만 기업의 핵심 특허를 만들어 낼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제도를 도입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메덱셀은 직무발명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 2016년 직무발명보상 우수기업인증을 받기도 했다.
“직원들은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고, 회사는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얻을 수 있어요.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저희 회사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어떨 때는 직원들이 자기 급여보다 보상금을 더 가져갈 때도 있어요. 모두에게 좋은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차동익 대표)
때문에 ㈜메덱셀에게 지식재산이라는 가치는 보다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아카이빙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직무발명제도를 도입한 시기와 맞물린다.
“기술이 없는 회사는 현상유지도 힘들고 발전에도 어려움이 따릅니다. 타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기술 창출의 기반은 지식재산입니다. 저희 같은 중소기업에게 최고의 자산이죠.”(박원귀 연구소장)
지식재산에 승부를 걸겠다는 박원귀 연구소장의 포부는 대단했다. ㈜메덱셀은 다양한 종류의 안전펜니들을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 세계 톱5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다. 이미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채비를 단단히 마쳤다. 지식재산의 가치를 이들의 미래를 통해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