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저격 콘텐츠만
골라준다
IP 포커스Ⅰ
디지털 큐레이션
서비스
디지털 큐레이션 서비스는 개별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정보를 모아서 보여주는 것을 일컫는다.
마치 개인만을 위한 전시회처럼, 내 취향에 꼭 맞는 동영상이나 뉴스 혹은 정보를 한 곳에 모아서 보여주니, 필요한 콘텐츠를 더 쉽고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라고 말한다면 큐레이션 서비스는 일종의 등대라 할 수 있다.
search
검색 기록을 바탕으로 한
큐레이션 서비스
사실 디지털 큐레이션 서비스는 과거부터 존재했다. 사용자의 웹 페이지 방문 기록이나 포털 사이트의 검색 기록을 바탕으로 이와 비슷한 종류의 서비스나 연관 검색어를 제공하는 것이 기본적인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작동됐다. 예를 들어 유튜브에서 어떤 주제의 동영상을 검색했다면 이와 장르가 같거나, 비슷한 제목이거나, 같은 태그를 사용한 동영상을 다음에 볼 추천 영상으로 표시해준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검색 없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계속 볼 수 있으며, 서비스 제공자 역시 사용자의 이탈율을 낮춰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간을 늘릴 수 있다.
물론 이처럼 단순한 알고리즘을 이용해 사용자의 취향을 추측하는 것이 언제나 정확한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이 영화를 감상하고, 이 영화의 제목을 검색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이 사람은 영화에 대해 실망하고 자신과 같이 악평을 하는 사람을 찾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알고리즘은 이 사람이 어떤 평가를 하는지 알 수 없다. 영화 제목을 검색했기 때문에 비슷한 영화 혹은 주연 배우나 감독이 같은 영화를 추천할 가능성이 높다. 즉 사용자와의 접점을 잘못 찾은 셈이며, 이는 사용자에게 스팸 수준의 정보가 될 수도 있다.
디지털 큐레이션 서비스는 사용자의 검색기록 등을 바탕으로 비슷한 장르나 제목의 콘텐츠를 추천하거나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다른 사용자가 좋아한 콘텐츠나 제품을 추천한다.
(인포그래픽 참고자료 _ 콘텐츠문화진흥원)
AI Learning
인공지능으로 인간을 학습하는
큐레이션의 진화
하지만 큐레이션 서비스에 인공지능이 적용되면서 이전보다 더 정교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학습하면서 단순한 검색 기록이 아닌, 실제 선호도를 반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네이버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 ‘디스코’의 추천 서비스가 이러한 형태다. 디스코를 처음 실행하면 몇 가지 콘텐츠를 보여주면서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를 묻는다. 해당 콘텐츠에 호불호를 표시하면 인공지능은 이러한 사용자의 취향을 학습하고, 학습량이 많아질수록 사용자에게 어울리는 내용으로 추천 콘텐츠를 맞춰간다.
인공지능 기반 큐레이션 서비스를 포털사이트의 뉴스에 적용하면 비교적 공정한 방식으로 뉴스를 노출할 수 있다. 과거 포털사이트에 노출되는 뉴스는 계약된 언론사가 직접 선정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자극적이고 낚시성이 짙은 제목의 기사가 넘쳐났다. 또한 포털사이트가 노출되는 뉴스를 직접 선정하는 방식은 검색어 조작이나 편향된 뉴스 프레이밍 등의 우려를 낳았다. 이런 이유에서 네이버는 최근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사용자에게 뉴스를 추천하는 서비스 AiRS(에어스)를 도입했다. 에어스는 크게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을 그룹으로 묶어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이 많이 본 뉴스를 선별해 보여준다. 여기에 인공지능을 적용해 개별 사용자가 뉴스를 본 순서 같은 세부적인 내용까지 학습한다. 네이버는 이러한 방식에 대해 지난 2015년 10월, ‘딥러닝을 이용하여 텍스트 단어 및 기호 시퀀스를 값으로 하는 복수 개의 인자들로 표현된 데이터를 자동으로 분류하는 방법 및 시스템’을 출원했다.
큐레이션 서비스는 교육 분야에도 적용된다. 에듀테크 스타트업 뤼이드는 2016년 ‘객관식 수험풀이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문제 추천 알고리즘’ 특허를 출원했다. 사용자가 푼 객관식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개개인의 문제 이해도를 계산하고, 사용자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문제를 우선 출제해준다.
네이버가 내놓은 AI 기반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 '디스코'
possibility
서비스 구매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고른다
디지털 마케팅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면 불필요한 스팸을 줄이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만 광고를 보여줄 수도 있다. 과거 디지털 마케팅에 주로 사용하던 리타겟팅 방식은 쿠키나 검색 기록 등을 바탕으로 이와 관련한 제품 광고를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사용자와의 접점을 잘못 파악한 알고리즘 때문에 자신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제품을 보여줄 가능성도 존재한다. 인공지능을 적용한 디지털 마케팅은 사용자의 온라인 행동을 학습하고 분석해 더 정확한 소비자를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와이더플래닛의 빅데이터 기반 맞춤형 광고 서비스는 인터넷 쇼핑몰을 방문한 사용자가 어떤 상품 페이지에 오래 머물렀는지, 해당 페이지 재방문율은 얼마인지 등을 학습해 ‘제품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고 파악되면 이러한 사용자에게 광고를 노출한다. 또 사용자가 현재 보고 있는 콘텐츠의 맥락을 분석해 내용과 관련 있는 정보를 현재 페이지에서 실시간으로 노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와이더플래닛은 지난 2014년 1월, ‘개별 사용자에게 알맞은 광고를 선택하기 위한 광고방법 및 시스템’을 특허출원했다.
와이더플래닛이 특허출원한 빅데이터 기반
맞춤형 광고 서비스
Filter Bubble
콘텐츠 편식, 필터버블 현상에
주의하라
이러한 인공지능 기반 큐레이션 서비스는 소비자가 직접 무엇인가를 찾는 번거로움을 줄여주며 취향에 맞는 콘텐츠만 쉽게 모아볼 수 있게 해준다. 기업은 이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 적재적소에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노출시키고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며, 서비스 및 제품 이용을 결정하는 데까지 소비자가 고민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큐레이션 서비스가 정교해질수록 콘텐츠 편식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자신에게 맞는 정보를 모아서 본다’는 말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 정보를 보지 않는다’와 같은 의미다. 즉 큐레이션 서비스 때문에 다양한 뉴스와 정보 중 일부의 정보만 얻게 되며, 마치 자신에게 보이는 정보가 여론인 것처럼 오해할 수도 있다. 이른바 ‘필터버블’ 현상으로, 몇 단계를 거쳐 선정된 정보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정보를 편식하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큐레이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정보 편식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어느 정도 도입해야 한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개인 역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보를 접하고, 잘못된 정보에 대해서는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글 _ 이상우(IT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