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깐집 아들의 창업 분투기
기업을 키우는 IPⅠ
방깐F&B
방깐은 방앗간의 경상도 사투리다. 4대째 가업을 이으며 안동에서 기름을 짜는 28살 이민주 대표가 내 건 이름이다. 옛 것을 젊은 것으로, 사라지는 것을 가능성 있는 것으로 바꾸기 위한 그의 열정과 가치관은 확고하고 거침없다. 방앗간집 아들이 성공한 청년 CEO가 되기까지, 그 밑바탕에는 한국발명진흥회의 지식재산 경영 컨설팅을 통해 사업 기반을 단단히 세운 힘이 컸다. 방깐F&B 이민주 대표를 만나 그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BRANDING
가업을 브랜딩하다
방깐F&B의 역사는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민주 대표의 외증조부가 1920년대 후반에 의성에 세운 대창정미소가 그 시작이다. 1950년대 초반에 외조부가 가업을 이어 받았고 이후 어머니가 안동 안막동에 가게를 임대해 기름 짜는 일을 계속 했다. 정작 이민주 대표는 이때까지만 해도 가업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본 적이 없었다. 모터스포츠를 좋아하는 그의 성향과 방앗간 일은 맞지 않는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이민주 대표는 중학교를 졸업하던 해에 검정고시를 봤고, 바로 그 해 대학 모터스포츠학과에 입학했다. 미래에 대한 준비와 고민도 또래 친구들 보다 이른 시기에 시작됐다. 처음엔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자연히 가업에 눈을 돌렸고 다시 보니 그의 어머니가 만든 기름은 향부터 달랐다. 이전에는 몰랐던 가치와 가능성이 보였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준비한 것이 20살. 어머니에게 산지에 가서 물건 떼는 법, 재료 보는 법, 기름 짜는 법을 익혔지만 창업은 막연하고 쉽지 않은 일이었다. 길이 열린 것은 한국발명진흥회가 운영하는 창업 지원이 결정적이었다. 한국발명진흥회는 전국 24개 지역지식재산센터를 운영하며 중소기업이 지식재산을 활용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다. 이민주 대표 역시 안동지식재산센터의 단계별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4대째 내려오던 가업을 새로운 식품 브랜드로 발전시키고자 할 때 필요한 내용을 습득할 수 있었다. 아이디어 발굴과 이를 실현하는 법, 특허명세서 작성법, 선행 기술 조사, 상표와 디자인 특허 출원 지식 등이었다. 특히 안동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IP 전문가에게 질 높은 교육을 받았던 점이 인상 깊었다. 한국발명진흥회가 운영하는 지식재산 훈련·교육 전문기관 ‘IP캠퍼스’의 강사진을 지역지식재산센터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 덕분이었다.
또한 들기름 전통 제조방식인 냉압착 기술을 특허출원하고자 했는데, 이에 대해 전문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냉압착 제조 방식의 단점을 보완하는 기술까지 개발해 특허를 확보했고, 브랜딩 컨설팅을 통해 ‘방깐F&B’라는 독특하고도 정겨운 이름도 갖게 됐다.
TECHNOLOGY
신선한 들기름을 만드는 기술
고온에서 깨를 볶아 기름을 짜야 추출 수율이 높아지고 맛도 더 고소해진다. 하지만 산패 위험과 벤조피렌 함량이 높아진다. 냉압착이란 깨에 고온을 가하지 않는 방식이다. 볶는 과정을 빼는 것이다. 그러면 보존기관이 기존 3개월에서 1년으로 늘어난다. 벤조피렌 양도 5배 이상 줄어든다.
“냉압착이라는 게 사실 옛날에는 다 하던 방식이에요. 기술력이 없어 고온을 가하지 못했던 거죠. 그러다 기계에 열선을 넣을 수 있게 되면서 냉압착으로 만든 들기름이 사라지게 됐어요. 그게 생산량도 높으니까요. 냉압착을 하면 수율이 엄청나게 낮아지고 침전물을 제거하면 양은 더 줄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전통 방식을 이어온 것이고요.”
냉압착 공법이 오래 전부터 있던 기술이다 보니 특허출원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낮은 추출량을 개선하는 것이 관건이었는데, 컨설팅 과정 중 미용기구에서 영감을 받아 ‘초음파 진동 기술’을 추가했다. 초음파 미용기구는 피부를 일시적으로 얇게 만들어 각질 제거와 영양 흡수 효과를 높인다. 고온에서 깨를 볶는 이유가 표피를 얇게 해서 추출량을 높이는 데 있는데, 초음파 진동을 이용하니 저온에서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최근 냉압착 들기름의 장점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소개되면서 인기몰이를 했어요. 돈이 된다는 이유로 업체 여기저기서 손을 뻗쳤죠. 독일의 콜드프레스 기계가 이 같은 열풍을 가능케 했습니다. 기계 한 대만 들여오면 누구나 냉압착 기술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죠. 반면 방깐F&B는 하나의 기계로 모든 종류의 기름을 짜는 게 아니라 무조건 분리 착유를 합니다. 고유의 맛과 향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더불어 이민주 대표는 냉압착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기술을 개발해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바로 냉풍건조 기술이다. 들기름 생산은 재료 세척부터 제품 출고까지 모든 과정에서 온도 조절이 관건이다. 특히 세척 시 깨가 물을 먹는데, 이를 건조하기 위해 열을 가하면 물의 온도 역시 높아져 버린다. 이를 차단하기 위한 기술로 이 역시 특허출원 중이다.
DREAM
다시 함께 꿈을 꾸다
지난 8월, 안동지식재산센터에는 전국에서 10번째로 경북 IP창업Zone이 개소됐다. 방깐F&B의 사례처럼 이전부터 예비 창업자의 기술 창업 컨설팅을 도왔던 한국발명진흥회는 IP창업Zone을 통해 보다 체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민주 대표는 현재 진행 중인 냉풍건조 기술에 대한 특허출원 역시 경북 IP창업Zone에서 돕고 있다며 창업 이후에도 지속적인 컨설팅과 긴밀한 관계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한다.
“지식재산을 보호하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배운 것이 큰 도움이 됐어요. 이전에는 사업 준비를 하면서도 지식재산이라는 인식 자체가 없었어요. 특히 저희는 라벨 디자인도 직접 하는데, 디자인이나 상표에 관한 지식재산 보호가 얼마나 중요한 지 공감했습니다. 한국발명진흥회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사업을 지식재산의 관점으로 다시 바라보게 됐고, 이후에도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짭니다.”
덕분에 방깐F&B의 발전 속도는 눈부시다. 2014년 연매출 1억에서 2015년 3억 5천만 원, 2016년 10억을 넘어섰다. 올해 1000평 규모의 HACCP 제조 시설을 준공했고 미국 애틀란타에 수출도 한다. 이제 그는 더 큰 꿈을 꾼다.
“저희가 롯데백화점에 영업하고 홈쇼핑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100년 넘는 전통과 신뢰 덕분이었습니다. 대창정미소는 당시에도 여기보다 훨씬 많은 일꾼들이 있었을 만큼 규모가 컸어요. 그때는 기름 짜는 것 말고도 솜도 틀고 고춧가루도 빻고 그랬지요. 이런 역사와 이야기를 담은 박물관을 내년 개장을 목표로 지으려고 해요. 1대 때부터 쓰던 기계도 전시해놓을 거고요. 이는 지역 사회에 환원하고 싶은 바람과도 통합니다. 특히 안동에는 저처럼 젊은 친구들이 즐길 수 있는 것이 없어요. 레포츠 시설에 투자하는 등 도시 이미지를 보다 참신한 곳으로 바꾸고 싶어요. 또 그들이 안동에서 꿈을 마음껏 펼치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이은지 컨설턴트 역시 이민주 대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안동은 전통의 도시이면서 그만큼 고리타분한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요. 하지만 이민주 대표처럼 젊은 사람들이 전통을 이어가되 그 전통을 현대화시키고, 지속가능하도록 만드는 혁신적인 도시이기도 합니다. 전통과 현대를 잇는 아이템을 발굴하고 발전시키는 데 저희 경북 IP창업Zone 역시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지식재산을 기반으로 다양한 지원 사업을 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은 기업이 성장하는 동안 자신들도 함께 성장할 때라고 말하는 이은지 컨설턴트. 함께 꾸는 꿈이 더 빛나는 것임을 이들의 마지막 대화 속에서 깨닫는다. 한국발명진흥회와 방깐F&B가 이뤄낸 당장의 성공과 실적보다 앞으로 이뤄갈 목표가 더 흥미로운 이유다.
왼쪽부터 안동지식재산센터 권승민 행정연구원, 방깐F&B 이민주 대표, 안동지식재산센터 이은지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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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1661-1900(지역지식재산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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