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상표권 출원 전략
IP 포커스Ⅰ
중국시장 진출
지난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지식재산권 침해 등의 부당한 관행을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짝퉁 생산국’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는 중국의 약점을 저격한 것이다. 중국 내 한국 상표권자의 상표권 침해 문제 역시 거론된 것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우리나라 기업에게 적절한 상표권 출원 전략이 절실하다.
SERIOUS
중국의 심각한 상표권 침해 실태
그간 한국기업들 중에는 내수시장에서 일정 정도 영향력을 만든 후 차분하게 해외시장에 진출하려는 경우가 많았다. 상표권은 개별국마다 등록해야 권리가 발생하는데, 해외에서의 브랜드 관리 전략을 미리 고려하는 기업이 드물었던 것. 이 같은 상황에서 ‘상표 선등록주의 제도(무단 도용이 의심 되더라도 먼저 등록한 쪽에 우선권을 주는 것)’를 악용한 이들이 등장하게 됐고, 해외에서 유명세를 탄 상표를 먼저 중국에 등록한 후 협상을 시도하거나 상표 양도를 요구하는 사례가 생겨났다. 지난 2015년 중국 진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설빙의 경우도 그렇다. 이미 중국 상하이에는 설빙의 로고와 메뉴 등을 베낀 가짜 매장이 존재했던 것이다. 이들은 교묘하게 바꾼 설빙 로고를 중국 당국에 상표로 등록하고 현지에서 가맹점을 모았다. 설빙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은 상하이아빙식품무역은 설빙이 상표권 관리를 제대로 안 한 탓에 영업할 수 없게 됐다며 소송을 걸었고 설빙 역시 상하이아빙식품무역이 계약한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맞서고 있는 상태다. 특허청에 따르면 중국에서 한국 상표를 무단으로 선점한 누적 건수는 지난해 1232건에 달한다. 이 ‘악의의 선등록’ 문제는 물론 한국기업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스타벅스, 나이키, 마이클 조던, 애플 등의 글로벌 브랜드 상당수가 중국에서 상표권 침해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가치를 지지할 것이며, 우리의 노동자들을 방어할 것이며, 우리의 장엄한 나라를 이끄는 혁신물·창조물 그리고 발명품을 보호할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 14일(현지시간) 미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의 지재권 침해 행위를 조사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도 이 같은 실정 때문이다.
TEPID
지식재산권 구제에 여전히 미온적인 중국
중국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에 지식재산권 전문법원을 만들고 지식재산권 침해와 관련해 전문적인 권리 구제를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식재산권 보호강국인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한참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지식재산권 침해 사례에 대해 얼마나 집행력을 발휘해 단속을 할 것인지에 대한 강도를 정할 때 자국 경제에 미칠 파급력을 상당히 고려하는 듯하다. 외국기업이 중국기업보다 시장 경쟁력이 강한 사업 분야에 대해서는 각종 인증제도 등으로 비관세 장벽을 높이고 중국기업의 지식재산권 침해 행위에 대한 관리나 처벌을 느슨하게 집행하는 식이다. 중국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책을 쓰는 모습을 보인다. 입법의 영역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한국 상표법 제34조 1항 13호에 따르면 ‘국내 또는 외국의 수요자들에게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인식되어 있는 상표(지리적 표시는 제외한다)와 동일·유사한 상표로서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 하거나 그 특정인에게 손해를 입히려고 하는 등 부정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상표’를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사용하는 상표’라 규정한다. 이런 경우 특허무효심판을 제기해 사유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제도는 ‘악의의 선출원’을 단속하는 데 실효적인 구제책이 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중국은 상표법 개정에 미온적이다. 좀 더 큰 틀에서 들여다보면 국가 간 무역관련 협약으로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지식재산권 보호 조항, 노동인권/환경보호 조항의 수준이 높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가 있었지만 제조업 중심의 중국이 이에 가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며, TPP를 주도했던 미국이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 명령으로 급작스럽게 TPP에 탈퇴한 바 있다. 미국의 TPP 탈퇴로 호주,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뉴질랜드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 회원국 간 무역협정인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가 주목 받고 있지만 이 역시 지식재산권 보호, 정부 조달, 경쟁법 준수 등과 같은 항목의 수준은 TPP 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RCEP는 중국이 주도하는 협상이다. 중국 내 지식재산권 보호 수준을 급진적으로 높일 계기가 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STRATEGY
중국 내 상표권 출원 전략 포인트
현재 한국은 사드 및 북핵 문제로 중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다. 미국 또한 중국과 통상 마찰 문제, 중국의 미국 기업에 대한 자국 내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로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진출 전략을 어떻게 수정할 지는 다각적인 논의가 필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글로벌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중국의 내수시장 성장세를 고려해볼 때 중국 내 브랜드 관리 전략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 핵심은 단연 선제적인 상표권 관리라 할 수 있다. 한국기업들이 중국 내 브랜드 및 상표권 출원 전략에 있어 실무적으로 주력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살펴보자.
# 01. 중국 내 상표출원 제도를 파악하라
2016년 7월, 중국 상표국은 [상표출원 간편화 개혁조치]를 내놓았다. 변리사에 의한 대리인 출원 방식이 아닌 중국인 개인 신청자가 직접 전자 출원하는 방법이 가능하도록 한 것. 이 같은 조치로 향후 한국기업과의 상표 분쟁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반면 외국인의 경우 중국 상표법 제18조를 통해 대리출원만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중국에서의 상표출원을 서두르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로고나 캐릭터 같은 도형상표을 갖고 있다면 창작성이 있을 경우 미술저작물로서 저작권 등록을 사전에 해놓는 것도 의미가 있다. 중국 상표법 제32조에 의하면 ‘상표등록 출원은 타인이 확보하고 있는 우선권을 침해하지 못하며 타인이 사용하여 일정한 영향을 구비한 상표를 부당 수단으로 앞질러 출원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서 말하는 우선권에는 ‘저작권’도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상표법 실무의 태도이기 때문이다. 타인이 해당 표장에 대해 선출원을 해 놓는다면 상표이의신청(제33조)이 유효한 권리구제 수단이 될 수 있으니 참고하자.
# 02. 영문 상표 등록 가능 여부를 파악하라
해외시장에 진출할 생각이 있다면 영문 브랜드를 만드는 단계에서부터 중국 내 상표 선행조사를 해야 한다. 한국에서 형성됐던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려면 최대한 상표 디자인 변형 없이 중국에 등록하는 것이 유리하다.
# 03. 상표출원 대상 표장을 정하라
등록해야 하는 표장이 여러 개인 경우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복합상표의 경우 한국에서 사용하던 한국어 문자상표, 영어 문자상표가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중국 진출 전략상 중국어로 된 브랜드 네이밍까지 하는 추세라 중국어 문자로 된 표장도 존재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로고(logo)’라고 불리는 도형 표장도 있다. 이 경우 문자(한글, 영어, 중국어)와 도형을 각각의 상표로 인정받기 위해 따로 신청할 것인지, 아니면 영어와 중국어 문자를 기재해(통상 위아래로 배치) 신청할 것인지, 혹은 영어와 중국어 문자 상표에 도형까지 집어넣은 결합상표 형태로 출원할지 여부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 이에 대해 기본적으로 답할 수 있는 실무적 가이드라인은 ‘실제 해당 상표를 부착하여 사용할 형상대로’ 상표출원 대상 표장을 정하라는 것이다. 상표권을 취득한 표장의 형태와 실제 사용하는 상표 표장의 형태가 불일치하게 되면 경우에 따라서는 해당 등록된 상표를 ‘불사용’한 것이 된다. 3년간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다른 누군가에 의해 ‘3년 불사용 취소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중국은 등록 상표를 사용했는지 판단할 때 한국이나 일본보다는 범위를 좁게 인정하는 추세다. 참고로 중국의 3년 불사용 취소심판의 원고 승소률은 약 60~70%로 알려져 있다. 특히 기업이 선행조사를 할 때 도형상표는 정확한 검색이 어렵다. 만약 문자상표와 도형상표를 결합해 출원할 경우에는 도형상표가 충분히 식별력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출원 경험이 많은 대리인의 검토가 필요하다.
# 04. NICE 분류 선정 시 시뮬레이션을 하라
NICE 분류(국제상품 및 서비스 분류)에 따라 1류 내지 45류로 상품 및 서비스가 분류되는 것은 한국과 동일하나, 각 류 안에서의 지정상품은 한국과 달리 세부적이지 않다. 또 중국에만 존재하는 지정상품도 있기 때문에 류 선정과 지정상품 선정에 있어서 여러 번의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이러한 치밀한 접근 전략을 세워야 비로소 등록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음을 상표 신청인들은 잘 알고 출원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글 최영휘(상해비샤이닝특허법률사무소 한국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