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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발명진흥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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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영화 속 로봇이
달라졌어요!

새로운 시선

로봇 기술,
얼마나 왔을까?

SF영화에서 로봇은 익숙한 소재다.
예전 영화에서는 주로 악역을 맡던 로봇은 이제 친숙하고 ‘착한’ 캐릭터로 주로 등장한다.
이 같은 흐름은 SF영화에서만 만날 수 있던 로봇이 상용화되면서 꽤나 친숙해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다양한 SF영화의 로봇 캐릭터를 통해 로봇 기술 트렌드를 가늠해보자.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의
인공지능 로봇 조이

사랑을 고민하는 주인공 앞에 바텐더가 나타나 술을 따라주며 조언한다. 의식을 잃은 주인공의 전신을 캡슐 장치에 집어넣으니 아픈 부위가 치료돼 의식을 되찾는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가진 가정교사가 주인공의 평생 교육을 책임진다. 지친 일과를 마친 주인공이 집에 들어가 전원을 켜니 여자친구가 나타나 말동무가 되어 준다.
최근 영화 속 로봇의 모습이다. 바텐더, 의사, 가정교사, 여자친구 등 다양한 배역을 맡은 로봇은 영화 속에서 인간을 돕는다. <터미네이터>, <매트릭스>에서처럼 인류를 파멸시키려는 거창한 목적을 가진 로봇은 요즘 영화에는 잘 없다. 과거 로봇이 영화에서 무자비한 악역으로 출연해 공포심을 즐기는 관객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면, 요즘 로봇은 주로 주인공의 착한 친구로서 조연을 맡는다.
영화는 현실의 거울이다. 그동안 로봇이 영화 속에서 악역만 맡아온 이유는 그만큼 현실에서도 인간이 로봇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를 어느 정도 과장해 상업적인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매체다. 그런데 최근 로봇이 악역뿐만 아니라 선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게 된 것은 현실에서도 로봇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 것과 관련이 있다. 외계인이 영화 속에 처음 등장했을 때 무시무시한 존재로 그려졌다가 인간이 달과 화성으로 우주선을 쏘아올린 뒤 친근한 존재로 그려지기 시작한 것처럼 로봇 역시 점점 우리 곁에 나타나면서 영화 속에서도 고정된 캐릭터를 벗어던지기 시작했다.


햄버거 패티를 굽고있는 로봇 ‘플리피’
(출처_미소 로보틱스 공식 홈페이지 )

chef robot

레스토랑에서 만나는 셰프 로봇

영화 <패신저스>의 바텐더 로봇 아서(마이클 쉰)는 인간 승무원들이 모두 냉동 수면 중인 우주선에서 유일하게 깨어 있는 존재다. 상반신은 인간이지만 하반신은 바에서만 이동할 수 있도록 고정되어 있는 아서의 취미는 술잔을 닦는 것이다. 그는 불운하게 냉동 수면에서 깨어난 짐(크리스 프랫)의 유일한 말벗이 되어 그를 위로해준다.
아서 같은 바텐더 로봇의 직능 수행 버전은 이미 현실에 도착해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홍콩 등에는 종업원과 바리스타를 모두 인공지능으로 대체한 무인 커피숍 ‘카페 X’가 영업 중이다. 자리마다 터치스크린이 설치돼 있어 주문 내역을 입력하면 로봇 팔이 1분 이내에 커피를 만들어 가져다준다. 이 바리스타 로봇은 시간당 120잔의 커피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선 로봇 ‘플리피’가 햄버거 패티를 굽는다. ‘미소 로보틱스’라는 스타트업이 만든 이 로봇은 패티가 타지 않게 정확한 온도로 구워낼 수 있다. 버거뿐만 아니라 치킨, 감자튀김도 굽는다. 또 올해 초 프랑스 파리의 레스토랑 ‘파찌’에는 피자를 굽는 로봇이 등장했다.
이런 식당 로봇이 한두 가지 메뉴에만 통달해 있던 반면 최근 영국 ‘몰리 로보틱스’는 모든 요리를 스스로 익힐 수 있는 셰프 로봇을 만들었다. 2개의 팔 형태만 갖춘 셰프 로봇은 영국의 마스터셰프 우승자인 팀 앤더슨(Tim Anderson)의 동작을 보고 학습해 재료를 잡아 이동시키고, 자른 뒤 용기에 넣고, 소스를 휘젓고, 후라이팬에 굽고, 조미료를 뿌리고, 정교하게 플레이팅을 하고, 튜브를 짜는 등 섬세한 손동작을 완벽하게 해낸다. 로봇 팔에는 20개의 모터와 24개의 관절, 129개의 센서가 장착돼 있어 인간 셰프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하며 학습할 수 있다고 하니 어쩌면 조만간 우리는 셰프 로봇이 미슐랭 별을 받은 식당을 맛집이라며 찾아가게 될 지도 모른다.

모든 요리를 스스로 익힐 수 있는 몰리 로보틱스
(출처_몰리 로보틱스 공식 유튜브)

AI doctor

의료계의 새로운 바람, AI 의사 왓슨

영화 <패신저스>에는 의사 로봇도 등장한다. 주인공 짐은 우주에서 호흡곤란을 겪고 의식을 잃은 뒤 겨우 캡슐 모양의 기계에 들어가는데 이 기계는 인간 신체와 정신 건강의 이상을 정확하게 발견해 치료하는 만능 의료장치다.
영화 속 만능 의료 로봇의 초기 버전쯤 되는 인공지능 의사는 현재 부분적으로 병원에서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IBM의 암 치료용 인공지능 로봇 ‘왓슨’은 국내에서도 병원 세 곳에서 활약 중이다. 왓슨은 의학 전문지와 교과서 1,500만 페이지 분량의 방대한 연구 자료를 분석할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하루 평균 122건씩 새로 발표되는 암 논문을 실시간으로 수집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제시한다. 국내 병원에서 왓슨에게 진료 받은 환자들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9.5점을 기록할 정도로 높다. 의료계는 왓슨 도입 이후 그동안 권위적이었던 의사들의 진료방식이 달라지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영화 <패신저스>

education

아이들의 교육도 맡겨라

화성에서 태어난 최초의 인간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스페이스 비트윈 어스>에는 소년의 가정교사로 켄타우로스라는 이름의 로봇이 등장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상반신은 사람, 하반신은 말인 상상 속 종족에서 이름을 따온 이 로봇은 16살이 된 소년과 함께 살며 그를 교육하고, 고민을 들어준다. 켄타우로스의 머리에는 지구의 교육과정과 실시간으로 ‘싱크’되는 갖가지 지식이 담겨 있어 가드너는 비록 화성에 고립돼 있지만 누구보다 똑똑하게 자란다.
켄타우로스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가정교사 로봇 역시 현실에서 활동 중이다. 미국 과학자 벤 고르첼은 에티오피아에서 태블릿을 이용해 아이들을 원격으로 교육하는 인공지능 가정교사 프로젝트인 ‘야네투(YaNetu)’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수학, 문학, 영어, 자연과학 등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교육 과정을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이다. 야네투는 교사 수와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아프리카에서 인재를 길러낼 대안으로 꼽힌다.
영국 런던의 페이크먼 초등학교는 인공지능 수학 교사의 수업을 정규 교과과정에 도입했다. 이 교사 로봇은 학생들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쌍방향식 수업을 한다. 가령 “91 안에 7이 몇 개 들어있을까?”라고 문제를 낸 뒤 학생이 질문하면 로봇은 가상현실 속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여러 캐릭터를 등장시켜 원리와 예시를 알기 쉽게 설명하며 답을 찾도록 유도한다. ‘서드 스페이스 러닝’이란 회사가 과학자들과 함께 10만여 건의 교습법을 분석해 만든 이 프로그램은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교사로 기록됐다.

영화 <스페이스 비트윈 어스>


인공지능 로봇 ‘소피아’

emotion

감정까지 교류하는 로봇 친구

고전 SF영화의 후속작인 <블레이드 러너 2049>에는 고독한 주인공 K(라이언 고슬링)의 여자친구로 인공지능 로봇 조이(아나 드 아르마스)가 등장한다. 그녀는 K의 취향에 맞는 옷을 골라 입으며 K와 육체적, 지적으로 교류하고, 심지어 K를 진심으로 사랑하기까지 한다.
감정을 교류하는 로봇 이성친구는 현실에서 부지런히 시도되고 있다. 그중 가장 최신의 결과는 핸슨 로보틱스(Hanson Robotics)가 개발한 인공지능 로봇 ‘소피아’일 것이다. 오드리 헵번의 얼굴에 인간 피부 감촉을 가진 그녀는 62개 이상의 표정을 지을 줄 안다. 눈에는 카메라, 귀에는 알파벳의 음성인식기술, 뇌에는 인공지능 머신러닝 기술이 장착돼 있어 인간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다. 소피아는 미국 CNBC 방송에 출연해 장래희망을 묻는 질문에 “학교 다니고, 사업 하고, 멋진 예술작품을 만들고, 가족을 꾸리고, 내 집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외모는 아직 생김새가 부자연스러워 거리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언젠가 ‘언캐니 밸리(Uncanny vally, 모방된 현실과 실제 현실과의 간극 때문에 느끼게 되는 거부감)’를 극복하고 더 진화한다면 소피아가 그녀의 희망대로 가족과 집을 가질 수 있는 시대가 올 지도 모를 일이다.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에서 로봇으로 태어나 200년 만에 법적으로 인간의 권리를 갖게 된 앤드류(로빈 윌리암스)처럼 말이다.

핸슨 로보틱스(Hanson Robotics)가 개발한
인공지능 로봇 ‘소피아’

SF영화 속 로봇은 과거 무시무시한 인류 파괴 병기에서 벗어나 인류의 도우미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현실에서도 인간을 돕는 서비스업종에 로봇들이 속속 투입되고 있다. 앞서 예로 들지 않았지만 운전, 스포츠, 상담 등도 역시 로봇이 계속해서 도전하고 있는 분야다. 로봇은 단지 직능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인간과 감정교류도 한다. 덕분에 지난 100년간 제조업에서 겨우 서비스업으로 일자리를 이동해온 인간은 또다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됐다. 로봇과 함께 할 미래는 유토피아일가 디스토피아일까. 처음 디스토피아만 이야기하던 영화는 일단 방향을 바꾸었다. 로봇들에게 착한 배역을 주면서 지켜보자고 말하고 있다. 앞으로 로봇 캐릭터들은 영화 속에서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해보자.

글 _ 양유창(영화평론가, 매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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