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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발명진흥회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 131 한국지식재산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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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과 로봇,
특허와 기술의 만남

기업을 키우는 IP Ⅱ

로보프린트

세계 최초로 벽화 도장 분야에 로봇기술을 도입한 ‘아트봇’의 위상이 글로벌 무대로 뻗어나가고 있다.
아트봇을 개발한 로보프린트의 박정규 대표는 모두 안 된다고 했던 기술을 가능케 했던 것은 절박함이며
이 기술을 통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던 전략은 특허에 있었다고 말한다.

IDEA

무모한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다

사업 실패로 신용불량자가 됐고, 집안에 ‘빨간 딱지’까지 붙었다. 벼랑 끝에 선 듯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재기를 다짐하며 신용카드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렇게 모은 돈이 110만 원. 530만 원짜리 중고 현수막 출력기 한 대를 50만 원의 계약금을 주고 가져왔다. 포토샵, 일러스트 등의 디자인 프로그램을 3일 만에 마스터한 후 현수막 출력 사업에 뛰어들었다. 발로 뛰는 영업으로 건설회사의 아파트 분양광고 현수막까지 수주했고, 그 때 ‘아트봇’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입주자 점검의 날’을 알리는 현수막을 걸기 위해 해당 아파트 단지에 갔던 날이었어요. 거기서 밧줄에 의지한 채 아파트 도색작업을 하는 사람을 보게 된 거죠. ‘왜 위험하게 밧줄을 타고 작업을 할까, 프린트해서 붙여버리면 될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아트봇을 개발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갖고 있던 현수막 출력기를 벽에 세워 테스트를 해보니 도료가 아예 가닿지 않았다. 헤드 노즐의 분사력을 향상시키는 것 외에 정밀제어, 센서, 전기·전자, 모터 등 다양한 기술을 융합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경영학을 전공한 박정규 대표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는 필요한 각 기술 분야의 전문가들을 일일이 찾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모두 ‘안 된다’였다.
“고공에서 제어를 해야 하는 게 난제였죠.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하드웨어 자체가 쉽게 흔들렸고, 센서도 잘 작동하지 않았고요. 가장 큰 문제는 도료가 정확한 지점까지 분사 되지 않는 거였습니다. 찾아가는 사람들 마다 모두 불가능하다고 했어요. 그런데 저는 무작정 ‘될 거야’라고 생각하고 밀고 나갔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엔지니어링을 몰랐던 경영학 전공자였기 때문에 시도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제가 그 분야의 지식이 충분히 있었다면 중간에 포기하고 말았겠죠. 물론 지난하고 어려운 과정이었습니다. 개발 기간 동안 부동산 압류 딱지가 2번이나 붙었으니까요. 하지만 보시다시피 지금 현실이 되지 않았습니까.”
2009년 세계 최초로 개발을 완료해 2010년 상용화까지 성공한 아트봇은 국내 특허등록 9건과 출원 7건을 비롯해 해외 특허 3건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특허는 로봇의 수평 제어가 가능한 기술, 이미지 분할 연결로 초대형 이미지를 프린팅할 수 있는 기술, 공기를 함께 분사해 도료의 분사 압력을 높인 인쇄 장치에 대한 기술 등을 포함하고 있다. 또 아트봇은 벽면의 굴곡 상태를 자동으로 인식해 비정형 구조물에도 도장작업이 가능하며 도료 분사량 조절 시스템으로 사람이 표현하기 어려운 실사 이미지를 원격제어로 찍어낼 수 있다. 1,000만 가지 색상도 구현한다. 현재 국내 도장 관련 업체는 4,000여 개가 되는데 로보프린트의 아트봇은 유일하게 건설신기술(771호) 인증을 받았다.

MARKET

IP 사업화로 시장을 새롭게 이해하다

그간 도색 작업은 사람이 로프에 의지해 수행해야 했기 때문에 추락사고 등의 인명피해가 빈번했다. 표현에도 한계가 있었다. 아트봇은 수작업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50% 이상 절감하며 작업 전 시뮬레이션도 가능하다. 물론 이처럼 기계로 도색작업을 하는 곳은 세계에 로보프린트가 유일하다.
“수작업은 그림의 난이도에 따라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1년까지 걸려요. 아예 구현하지 못하는 디자인도 많고요. 아트봇은 어떤 작업이든 3~4일이면 끝나요. 또한 로보프린트는 도시와 공간에 대한 ‘기획’을 우선 시 합니다. 지역을 어떻게 하면 가치 있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기반으로 시공을 합니다.”
로보프린트는 아트봇을 통해 단순히 도장작업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사업을 수행한다. 이러한 전략이 가능했던 것은 2014년 한국발명진흥회가 지원하는 ‘IP 사업화’ 지원제도를 통해 구체적인 시장 타깃을 설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발명진흥회는 아트봇을 이용한 사업화 기회가 무궁무진하다고 판단하고, 기존의 제조·판매 중심 사업에서 탈피할 것을 제안했다. 콘텐츠와 시공기술에 보다 중점을 두게 된 것이다.
“이전에는 시장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했다면, IP 사업화 컨설팅을 통해 구체적인 타깃을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지자체가 주 고객인 건물·구축물의 외벽화를 그리는 경관벽화 시장, 방음벽이나 터널 등의 미관을 개선하는 교통시설 시장, 옥외광고탑용 광고물을 제작하는 옥외광고 시장, 트릭아트 벽화 관련 이벤트 시장 등 시장을 세분화했고, 이에 맞는 창의적인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할 수 있게 됐죠. 무엇보다 IP 사업화를 통한 가장 큰 성과는 IP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거죠. 개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PCT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하게 됐습니다. 특허를 기반으로 한 IP 경영으로 방향을 돌릴 수 있게 된 거죠. 우리가 기획한 디자인에 대한 지식재산도 더욱 강조하게 됐고요”
또한 IP 사업화를 통해 로보프린트가 고안한 ‘외벽 청소용 로봇’에 대한 문제 특허를 분석했고 지난 6월 성공적으로 개발 완료했다. 이르면 내년에 상용화에 들어간다. 벽화 프로젝션 맵핑 광고에 대한 BM(Business Method, 컴퓨터 및 네트워크 등 통신기술과 사업 아이디어가 결합된 영업 방법에 대한 발명 특허)을 설계하고 이에 대한 특허출원을 앞두고 있는 것도 IP 사업화 컨설팅을 통해 얻은 성과다.

* IP 사업화
한국발명진흥회는 예비창업자, 중소기업 등의 보유역량과 외부자원의 융합을 통한 IP 사업화 혁신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산업·시장의 동향을 분석해 IP 경영전략과 IP 사업화 계획을 수립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술 트렌드와 소비자·경쟁사를 분석해 마케팅 컨설팅을 지원한다. 또한 사업영역을 탐색하고 수요를 예측해 신사업을 발굴하고, 이에 대한 전략을 개발해준다. IP를 통한 담보대출 제도를 연결하는 등 금융과 연계한 컨설팅도 지원한다.
문의 : 02-3459-2953

GLOBAL

세계무대가 집중하는 아트봇 기술

로보프린트의 입지는 독보적이다. 우선 국내에서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 LH 등으로부터 굵직한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ICT 올림픽을 표방하던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개·폐회식장, 빅에어경기장, 슬라이딩센터,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사무소 등의 도장작업을 진행해 세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로보프린트의 아트봇 외에 세계 최초로 올림픽 성화를 봉송하는 휴보, 선수와 관람객을 안내하는 수호랑 로봇, 자율주행 청소 로봇 등이 등장한 바 있다.
“원래 도장작업은 환경에 제약을 많이 받아요. 비가 와도 안 되지만 영하 5℃ 이하에서는 작업이 불가하지요.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중 영하 22℃에서도 도장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죠. 국제적인 행사에서 저희의 기술을 증명 받는 의미이기도 해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벽화작업 시연을 한 아트봇
(출처_로보프린트 유튜브 공식 채널)

로보프린트는 올 상반기 미국과 싱가폴에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도 나섰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아트봇 시연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오는 10월에는 싱가폴 건설청 초청으로 싱가폴 건설기술 전시회(Build Tech Asia 2018)에 참여한다. 공공디자인과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인건비가 높은 선진국 시장에서 반응이 뜨거운 것. 해외법인 설립 이전부터 미국 벽화작가 미스터 마레가 아트봇으로 벽화를 구현하고 싶다는 제안을 했으며, 미국 도장서비스 기업인 버펄로이미징을 비롯해 러시아, 헝가리 등의 도장업체들이 협력 사업을 요청한 바 있다.
“싱가폴 시장의 경우 주거 형태의 약 90%가 아파트입니다. 그중 85% 정도를 정부에서 관리하고 있고요. 7년 이내에 의무적으로 재도색을 해야 하는 법규도 있어요. 시장성이 아주 좋죠. 실제로 싱가폴 정부 과제로 한 대학에서 도색작업을 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던 중이었는데, 한국에서 이미 상용화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저희에게 러브콜을 보냈습니다.”
뿐만 아니다. 로보프린트는 AR(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를 개발해 이와 관련한 핵심 특허의 출원을 완료했다.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한 후, 건물 외벽에 그려진 벽화에 비추면 작품 의도나 작가의 프로필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경주시와 협업해 첨성대에 휴대폰을 비추면 첨성대가 우주선으로 변신하는 AR을 체험할 수 있다. 대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 세상에서 제일 큰 야외 미술관을 만드는 프로젝트도 진행할 계획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생명존엄에 가치를 두는 것입니다. 우리가 접목하는 현장이 하나 둘 늘어날수록 사람이 삽니다.”
1인 현수막 출력 기업에서 문화예술과 로봇기술의 융합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로보프린트를 만들기까지. 그 비결을 박정규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가치 있는 일을 하되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포기하지 않는 절박함이 필요하다고. 그러면 무모한 아이디어도 실현되고, 그렇게 실현된 기술은 특허로 더 단단하게 다져야 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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